행복의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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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눔의미학 작성일15-06-08 16:55 조회3,420회 댓글0건본문
중학교 시절, 학교 특별활동으로 봉사단체에 가입한 적이 있다. 14살, 봉사활동은 그저 동네쓰레기정도 줍고, 봉사활동증명서에 도장하나 받는 정도로만 알던 어린나이였다. 학교 동아리 활동은 재밌었다. 멋지진 않지만 유니폼도 있었고, 봉사라는 명목으로 간혹 수업을 빠지고 타 지역으로 봉사활동을 간 적 도 있었다.
봉사단체에서 활동한지 1년을 앞두고, 추운 겨울날, 그 날의 봉사활동은 무의탁어르신 방문이었다. 모르는 할머니댁에가서 뭘하나, 청소를하나, 설거지를하나, 어리둥절했다. 선생님들은 그저 학교에서 준비한 휴지, 세제 같은 생활필수품 몇 개랑 과일을 들고 가서 말동무만 해드리면 된다고 했다.
2-3명이 팀을 이루었고, 각 팀마다 방문해야 할 어르신 댁을 배정받았다. 생각 외로 학교 가까이 불과 몇 미터 이 내에 무의탁어르신들이 살고계셨다. 다세대주택의 구석진 원룸, 어떻게인사하지? 선생님도 없이 가는데 가면 무얼하나?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방문을 들어섰고, 우리 팀이 맡은 할머니 얼굴이 보였다. 우리 할머니보다도 훨씬 연세가 많으신 것처럼 보였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신 할머니었다. 할머니는 이미 동사무소 사회복지사 선생님께 우리들의 방문을 연락받으신 것 같았고, 밝은 얼굴로 우리를 맞아주셨다.
쭈뼛쭈뼛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춥다며 무릎 위에 담요를 덮어주시고, 텅텅 빈 냉장고에서 우리를 위해 준비해놓은 것처럼 보이는 과자를 꺼내주셨다. 우리가 무슨 대화를 해드려야 하나 하는 걱정은 들 새도 없이 할머니는 본인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전쟁 때 피난간 이야기, 아이를 잃게 된 이야기, 그리고, 자식은 있지만 연락처는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우리는 그저 고개만 끄덕끄덕 말씀하시는 중간중간 대답만 해드릴 뿐이었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할머니를 즐겁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우리 모두 누구 하나 거리낄 것이 없이 할머니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있었다. 주름 가득한 환한 할머니의 얼굴을 보며 우리 모두 마음을 나누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고 내가 할머니에게 즐거움을 드렸다는 자부심보다, 오히려 사춘기가 시작되는 질풍노도의 마음이 위로가 되었다.
봉사를 한다는 것은 물질적인 여유로움이나, 시간의 많고 적음, 또 나이가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생활 속에서 진심을 가지고 마음을 나누면 된다. 어린 아이의 환한 웃음 한번이 상대방에게 희망의 빛으로 다가갈 수도 있고, 가끔 마주치는 동네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 날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돈이 없으니까, 시간이 없으니까,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나누는 삶을 살겠다는 인생의 목표는 잠시 미뤄두고, 지금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 하루 종일 육아와 집안일에 치여사는 아내,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도 가족들을 먼저 떠올려야 하는 남편, 적적하게 사시는 부모님, 꿈보다 학업을 등지고 있는 자녀들, 동네에서 마주친 이웃주민들,,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으로 마음을 나누자.
남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오히려 내 마음,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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